최근에 갑자기 고민이 많아졌다.
그냥 무작정 열심히 살면 된다고는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다니고 과제하고 일하고 할거하고 하니까 그렇게 열심히 사는거 같지도 않았다.
바쁘긴 하다. 계획을 그대로 다 따르면 밥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긴 한데, 정작 하는건 없는거같다.
열심히가 아니라 바쁘게만 사는거같아서 회의감이 들었다.
서머 인턴 지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급하게 공고를 찾아보는데, 정작 내가 하고싶은거도 제대로 정하지 않은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일차원적으로 코딩이 좋다. 수학이 좋다. 만드는게 좋다. 돈이 좋다.
이런거만 생각하고 살다 보니 정작 내가 가야할 방향을 정하질 못한거다.
한심했다.
코딩이 좋아서 공대에 왔는데 정작 내가 온 과는 컴싸도 아니고 시스템 공학이다.
좋은 멘토를 만나서 꼭 전공이 중요한건 아니란 말을 듣고 안심하긴 했지만, 가장 걸리는건 역시 내 커리어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할까.
사실 작년에 과를 정하기 전에 퀀트라는 직업을 처음 접하고 잠시동안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홍콩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커리어 관련 얘기를 하다가 퀀트 개발자를 엄청 지켜세워주는 (돈 많이 번다고...) 글을 본것이다. 마침 그때 과외 아르바이트로 고정 수입을 내고, 돈 관리를 시작해서 금융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던 시기라 관심있게 찾아봤던거 같다.
그리고 그 해 내가 들어간 학과는 시스템 공학, 거의 금융공학에 가까운 학과였다.
퀀트에 대한건 잠시 잊어두고 있었는데, 진지하게 이 커리어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 와버렸다.
사실 이 학과에 우연히 온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컴싸에 갔다면 금융쪽 개발직은 전혀 생각 못하고 백엔드를 할까 프론트를 할까 분석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겠지.
컴싸 Syllabus를 보면 어느 분야를 봐도 코딩을 할수 있다는 사실에 두근거렸는데, 시스템 공학 syllabus 를 볼때 사실 하나도 두근거리지 않았다.
너무 이론적인 거만 배울때는 설레지 않는다.
심지어 그 이론이 business쪽 이론이라면 더욱더.
근데 퀀트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두근거린다. 이거 재밌을거같다.
우스겟소리로, 퀀트개발자가 되려면
1. 아이큐 140넘고
2. 아이큐문제랑 비슷한 문제 잘 풀 수 있고
3. 탑 10 대학에서 박사따라
라는 말이 있었는데,
퀀트랑 전혀 상관 없긴 하지만 저중 2개가 지금 해당된다는게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심지어 저거 재밌거든 아이큐 문제 푸는거ㅋㅋㅋ
그래서 더 좋았다.
그만큼 퀀트라는게 생각을 많이 요구하고 분석적인 직업이라는 거니까.
나중엔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썬 이 학과에선 퀀트가 최선인거 같다.
아니 퀀트가 제일 재밌어보인다.